Montreal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몬트리올.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한 퀘벡주을 대표하는 도시 답게 다른 주의 그 어떤 도시와도 다른 정취를 느낄수 있고, 프랑스 식민지였던 당시 지어진 많은 성당들과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멋스러운 도시이기 때문에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으나, 국내선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표가 워낙 비싸고 거리도 애매하게 멀어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미뤄왔던 곳이었다. 하지만 생일을 맞이한 와이프님의 과감한 강단으로 몬트리올 행이 결정되었다.
9월 25일 금요일
Montreal 도착, 그리고 Parc du Mont Royal에서 팔자에 없는 트래킹을 즐기다
Parc National du Mont-Royal (National Park of Mont-Royal)
가는길이 생각보다 굉장히 가파른 오르막이다. 지도에서만 봤을땐 호텔에서 굉장히 가까운 거리라 쉽게 도착하겠구나 싶었는데, 구글맵에서는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알수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내탓이다. 자꾸만 뒤로 쏠리는 몸을 억지로 이끌고 겨우겨우 공원 입구에 도착하면, 거기서부터는 계단지옥이다. Mont-Royal은 산이라고 보기엔 너무 낮고 그냥 언덕이라고 하기엔 너무 높은 그런 수준의 뒷동산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몬트리올 시내의 전경이 꽤나 멋지다. 생각해보면 그런 정도의 멋진 전경을 내려다보려면 높이가 꽤 되는 곳일테고, 그곳을 올라가려면 어쨌든 지옥이 오르막을 각오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안이했었나보다.
올라가는동안 세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에 오르려면 41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고 한다. 다 오르고 나서의 느낌은 한 1000계단 정도 오른 느낌이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한 그 정도 되는것 같기도 하다. 하여간 올라가는길은 힘들고 괴로웠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시내 전경은 충분히 그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더 멋있었겠지만..
Chalet du Mont-Royal (The Chalet)
전망대가 위치한곳에 있는 덩치만 큰 멋대가리 없는 건물은 The Chalet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건물로써 뭔가 오래된 건물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막상 들어가면 정말 커다란 텅텅 빈 공간뿐이다. 초중딩들이 많이 견학을 와서 선생님들 인솔하에 뭔가를 열심히 듣고 받아적고 하는걸로 봐서 (불어라 뭐라하는지 알아들을수도 없었음)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물인것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알수는 없다. 이제와서 약간의 조사를 해보니 이 건물은 1932년 당시 시장이었던 카미엥 우드 (Camillien Houde)가 경제 대공황 당시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만든 건물이라고 한다. 조사해봐도 그렇게 큰 의미를 둘만한 건물은 아닌것 같다. 하지만 몬트리올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때문에라도 수고를 들여 올라갈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곳.
Lac aux Castors (Beaver Lake)
L'Oratoire Saint-Josseph du Mont-Royal
돔 형태로 지어진 성당중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성 요셉 성당은 아주 멀리서도 쉽게 발견할수 있을 정도로 크고 높다. 이 성당을 처음 세운 수도사 앙드레가 이곳에서 병자들을 치료하는 기적을 행한것으로 유명한곳이다. 성당 입구에 쌓여있는 목발이 바로 병자들이 들고 들어왔다가 치료를 받고 두고 나간 목발들로 기적의 증거로 남겨져있는 물건이라고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한것이 아쉽다.
성당은 어찌보면 투박하게 지어진것 같은 느낌이지만 성당 내부는 상당히 세련되었고, 모던한 느낌이 강하다. 워낙 높게 지어진 탓에 내부로 들어가면 그 규모에 압도당하는 스케일. 성당 자체가 원래 인간을 좀 압도하는 느낌이 드는 장소이긴 하지만, 이 성당은 특히나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그런 포스가 느껴진다. 높게 지어진탓에 또다시 계단 지옥을 경험해야 될줄 알았지만, 친절하게도 내부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있어, 편안하게 오를수 있다.
오늘의 관광일정은 이걸로 끝. 시차탓에 부쩍 힘들어진 몸을 쉬게하기위해 호텔에서 3시간 꿀잠후 저녁식사를 위해 올드 몬트리올로.. 미리 예약해놓은 레스토랑이 마침 노틀담 성당 근처여서 맛보기로 겉모습만 살짝 구경. 오리지날 노틀담을 본떠서 만든 성당답게 정말 외부는 파리의 노틀담과 똑같이 생겼다. 내부는 모래 미사시간에 맞춰 다시 방문할 예정이니 그때 돌아보기로 하고 일단 저녁식사를 위해 근처 프렌치 레스토랑인 Bonaparte로...
프랑스 문화로 유명한 몬트리올에 왔으니 프랑스 요리를 한번 경험해봐야 하는건 당연지사. 캐나다 촌놈이라 진짜 프랑스 요리는 첫경험이다. 언제 또 기회가 있을지 모를 프랑스 요리이기에 6코스짜리 풀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메뉴는 이왕 경험하는 김에 프랑스 요리를 대표하는 메뉴들로만 선택해 나름의 모험을 강행.
랍스터 비스크
푸아그라 크림 부를레
에스카고
샤벳
양고기 스테이크
디저트
결론은 버킹검, 이 아니고 정말 괜찮은 선택이었음. 와이프 생일이라고 예약할때 특별히 이야기를 해놓은 덕택에 자리도 올드 몬트리올의 운치를 느낄수 있는데다 가끔씩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는 마차까지 지나다니는 길이어서 더 오래된 유럽같은 분위기가 난다. 음식도 정말 양도 적절 맛도 적절 분위기도 적절 가격마저 적절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던것 같다.
Saturday, September 26
Mont-Tremblant를 가다!
7:55am Saint-Sauveur 도착
Mont-Tremblant로 가는길에 들른 정말 조그만 동네 Saint-Sauveur. 잠깐 들러서 간단하게 아침식사와 화장실을 해결한다는 느낌으로 딱 30분간 머무른곳이다. 동네 한복판에 위치한 큰 성당하나를 빼고는 크게 볼것은 없었고 온 동네에 진동하는 고소한 버터향을 따라 발길을 옮기니 과연 아침을 해결할만한 조그만 카페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소한 냄새에 비해 그렇게 맛은...
10:30am Mont-Tremblant 도착
그렇게 1시간반 정도를 더 달려 드디어 목적지인 Mont-Tremblant에 도착. 겨울이면 퀘벡주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스키 리조트로 탈바꿈하는곳이라 처음 도착했을때 보인 풍경은 전형적인 스키장의 모습이다. 걸어올라가고 싶은 사람들은 트래킹 코스를 따라 걸어올라가도 되지만, 발품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산의 정상까지 오를수 있는 리프트와 곤돌라가 설치되어 있으니, 굳이 힘을 빼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Mont Tremblant 산의 전경과 그 앞에 위치한 Lac Tremblant가 곱게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절경을 감상할수 있다. 단풍이 완전히 들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이긴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비경이다.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봐도 다 다른 느낌의 풍경을 느낄수 있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는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하여 다시 곤돌라를 타고 빌리지로 내려왔다.
빌리지는 기념품과 옷가지을 파는 가게들과 아이스크림, 푸틴같은 주전부리들을 파는 가게들이 빼곡하고 알차게 들어차있는 아담한 사이즈의 동네다. 다섯시간정도의 여유있는 자유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빌리지를 돌아보고 점심을 먹고 주변에 있는 벤치에서 늘어져 여유로운 관광지의 분위기를 충분히 즐길수 있는 시간이었다.
Lac Tremblant
Mont-Tremblant앞에 위치하고 있는 거대한 호수인 Lac Tremblant를 돌아보는 한시간짜리 크루즈를 타고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수 있는 투어다. 억소리날만한 엄청난 비경은 아니지만, 호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아담한 산들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라 상당히 편안하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정말 아늑하고 나른한 느낌마저 드는 시간이었다.
5:30pm Mont Tremblant를 출발해 몬트리올로..
단체관광하면 항상 번갯불에 콩구워먹듯이 급하게 버스만 타고 왔다갔다 정신을 쏙 빼놓는지라 원래 단체관광하는거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이번 여행엔 둘러볼 시간도 충분히줬고, 개인시간을 많이 즐길수 있어서 괜찮았던 여행이었다. 단 한가지 아쉬웠던점은 오는길에 지루하지 말라고 틀어준 Spy next door를 5분을 남기고 끝내버리는 바람에 성룡하고 여자주인공이 결국을 결혼을 했는지 말았는지를 보지 못했다는거 정도.
Sunday, September 27
Notre-Dame, 그리고 Marche Jean Talon
아침 일찍 장 딸롱 마켓을 가려던 계획은 그 전날 여행에서의 피로로 인해 변경. 몬트리올의 상징인 노틀담 성당으로...
Basilique Notre-Dame de Montreal
느긋하게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고 11시 미사시간에 맞춰 노틀담 성당으로 출발. 노틀담 성당은 사진에서 보던 그 모습보다 훨씬 화려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웅장한 자태. 밖에서 보는 성당은 파리의 노틀담 성당을 빼다박은 판박이 같은 모습이었지만, 내부는 오리지날과는 큰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오리지날보다 이 몬트리올의 노틀담 성당이 훨씬 더 멋스러운것 같은 느낌.
엄청난 크기의 파이프 오르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에 성가대의 합창이 어우러져 매우 엄숙한 분위기. 미사진행은 프랑스어로 되었지만, 함께 하는데에는 문제될것이 없었다. 미사를 마치고 매우 잠깐이었지만 신부님과 인사도 나눌수 있었어서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Schwartz's Deli
Schwartz's Deli의 Meat Sandwich는 진짜 인정. 빵사이에 들어간 Smoked meat이 어찌나 적절하게 익었고 또 양념이 어찌나 적절하게 잘 되었는지, 느끼하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정말 맛있다. 게다가 함께나온 코울슬로가 맛의 밸런스를 정말 잘 잡아준다. 따로 시킨 푸틴도 Mont Tremblant에서 먹었던것보다 맛있었음. 오래도록 유명한 가게는 괜히 오래가는게 아니라는...
Marche Jean-Talon
몬트리올에서 가장 오래된 마켓이라는 장 따롱 마켓.
각종 채소들과 과일, 꽃들이 가득.
너무 재밌게 구경 잘 했다.
그렇게 Jean-Talon 마켓구경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모든 몬트리올에서의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2박 3일의 다소 짧은 일정이라 독특한 도시의 정취를 구석구석 돌아보며 느낄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것이 좀 아쉬웠지만, 캐나다의 다른 도시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던 여행이었다. 이것은 마치 캐나다의 다른 도시를 여행한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온 느낌. 단순히 언어만이 다른것이 아니라 도시의 분위기, 사람들, 음식, 숨쉴때마다 코로 들어오는 공기까지도 다른곳이다. 왜 이곳 사람들이 영어권 사람들을 적대시 하듯 대하고 캐나다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지 어느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