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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적기사들중 절반에 가까운 내용이 유럽 빅리그 선수들의 중국행 소식이다. 최근 몇년동안 꽤 많은 수의 선수들이 천문학적인 급료를 받고 중국행을 결정했는데, 주목할것은 해가 거듭될수록 중국으로 건너가는 선수들의 네임벨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것이다. 이미 첼시의 오스카르나 존 오비 미켈, 고국 아르헨티나로 복귀했던 카를로스 테베즈까지 이미 많은 선수들이 중국 진출을 확정지었고, 첼시의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와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 심지어 호날두와 메시의 이름까지 오르내리며 이적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중국행을 결정하는 경우는 은퇴를 앞둔 나이의 선수들이 마지막 몇년을 '새로운 도전'이라는 미명아래 은퇴후 노후자금을 바짝 땡겨보려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드록신이 그랬고 아넬카와 팀 케이힐, 구드욘센등등의 선수들이 그런 맥락으로 이적한 케이스였다. 이전에도 변방리그에서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명선수들을 영입하던일은 있었다. 한때 은퇴를 앞둔 선수들이 터키리그로 몰려가던때가 있었고, 그 다음은 러시아의 오일머니가 선수들을 유혹했으며, 그 다음은 미국 MLS, 중동등으로 계속해서 그 바람은 이동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그저 '중국의 차례가 온것'이라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것 같다. 터키도 러시아도 중동도 처음에야 유명 선수들이 너도나도 몰려드는듯했지, 몇년이 지나고부터는 관심이 시들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중국의 경우도 일시적인 현상일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다가 이게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구나'라고 정신이 번쩍 들은 케이스가 아마 당시 샤흐타르 소속이었던 알렉스 테세이라의 이적소식이었던걸로 기억된다.
작년 1월말 26살로 축구선수로는 전성기의 나이의 브라질 미드필더 알렉스 테세이라가 중국 장수 쑤닝으로의 이적을 발표한다. 커리어의 하락세를 보이는 선수도 아니었고, 당시 리버풀과 첼시등 EPL의 빅클럽들이 꽤 진지하게 그의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의 결정이 더욱 놀라울수밖에 없었다. 많은 축구팬들은 젊은 나이에 축구선수로서 본인의 커리어를 버리고 돈을 쫓아간 그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포르투갈의 명문 포르투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스페인 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한 공격수 잭슨 마르티네스 역시 EPL을 비롯해 여러 빅클럽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선수였지만 돌연 중국행을 결정해 충격을 안겨줬다. 더욱 놀라운것은 중국 클럽들이 이들을 영입하면서 지불한 이적료다. 이전까지는 은퇴가 임박한 선수들을 위주로 영입해왔기 때문에 대부분 자유계약이었으며, 이적료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게 비교적 높은 주급을 약속할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두 선수들을 영입한 팀들이 지불한 이적료는 3000만 파운드가 넘는 가격으로 이는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준의 이적료였기에 아시아의 클럽이 이 정도 수준의 돈을 지불하고 선수를 영입했다는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으니, 두 선수의 이적 이후 쏟아져 들어온 중국 클럽들의 물량공세에 굴복한 빅리그 출신선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래 선수들은 2015~2016년 사이 중국으로 이적한 선수들이다.
오스카르 (첼시 >> 상하이 상강)
존 오비 미켈 (첼시 >> 텐진 테다)
악셀 비첼 (제니트 >> 텐진 퀜젠)
카를로스 테베즈 (보카 >> 상하이 선화)
잭슨 마르티네스 (아틀레티코 >> 광저우 에버그란데)
하미레스 (첼시 >> 장수 쑤닝)
에제키엘 라베찌 (PSG >> 허베이 차이나 포춘)
제르비뉴 (AS 로마 >> 허베이 차이나 포춘)
알렉스 테세이라 (샤흐타르 >> 장수 쑤닝)
프레디 구아린 (인터밀란 >> 상하이 선화)
파울리뉴 (토트넘 >> 광저우 에버그란데)
가엘 카쿠타 (세비야 >> 허베이 차이나 포춘)
그라지아노 펠레 (사우스햄튼 >> 산둥 루넝)
파피스 시세 (뉴캐슬 >> 산둥 루넝)
뎀바 바 (베식타스 >> 상하이 선화)
오바페미 마틴스 (시에틀 사운더스 >> 상하이 선화)
헐크 (제니트 >> 상하이 상강)
대부분 중국행을 결정하기엔 조금 이른듯한 나이의 선수들이다. 특히 이번 이적시장에서 이적한 첼시의 오스카르나 제니트의 악셀 비첼 같은 선수들은 처음 이적설이 떴을때까지만해도 '설마 진짜 가겠어'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이었지만, 결국 그들은 중국팀들의 유니폼을 입었다.
비첼은 이번 이적을 결정하게된 계기가 돈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은바 있다. 제니트와 계약이 만료된 비첼은 세리에A의 유벤튜스로부터 강한 러브콜을 받았지만, 그의 배가 넘는 주급을 제시한 텐진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는 가족들을 부양해야하는 입장에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고,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는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수 없었다. 사실 축구선수라는 직업이 비교적 수명이 짧은지라 많은 선수들은 같은 고민을 한다. 선수로서 은퇴를 하고 지도자나 행정가로 잘 풀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벌어놓을수 있을때 바짝 더 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들을 고민에 빠지게 만들것이다. 고향에 그의 벌이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럴것이다. 중국행을 선택한 선수들을 보면 남미나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많다. 대부분 빈곤한 어린시절을 보내다 축구선수로 성공한 케이스들이다. 그런 경우 빈곤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을것이고, 축구선수로써 명문 구단에 입단해 이름을 떨치는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가족들의 생계문제를 앞설수는 없을것이다. 축구팬의 입장에서야 좋은 구단 들어가서 더 나은 축구선수로 성장하는걸 보고싶은 마음이 더 크겠지만, 은퇴후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그들의 고민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이라고 꿈이 없고, 욕심이 없겠는가. 보는 이들에겐 축구가 스포츠이고 혹여는 예술이라고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에겐 축구가 직업이며 구단은 직장이다. 더 많은 급여를 주는 직장을 선택하겠다는건 어떻게보면 당연한 선택일런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들에게 축구선수들의 명예를 져버렸다고 욕할 입장은 아니라는것이다.
지금은 중국 구단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풀어 이적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지만, 이또한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못할것으로 본다.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라는 미명아래 이런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미 중국내에서도 무분별한 투자에 대해 제제를 가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며, 유럽쪽에서도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나 중동등 다른 변방리그들이 그랬듯 몇년이 지나면 거품은 자연스럽게 빠지게 될것이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한다해도 기본적인 축구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 축구가 단번에 발전하긴 어렵고, 자국 선수들의 발전없이 외국인 선수들의 영입만으로 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리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발전속도를 빠르게 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런 엄청난 수준의 재정적인 투자가 얼마나 길게 이루어질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중국축구내에서도 외국인 선수들의 영입에 거액을 투자하는것보다 먼저 해야할일들이 있다는것을 깨닫게 될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거품은 빠질것이고, 양이 아니라 질적으로 성장을 이루게 될것이다. 도대체 언제 깨닫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고싶은 말은 중국진출을 결정하는 선수들을 너무 맹목적으로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한다는것이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어 결정을 내린것일테고, 그것은 자신보다 가족들의 미래를 먼저 생각한 아주 지극히 인간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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