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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축구 이적시장 뉴스/Articles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첼시'가 아니다

by EricJ 2017.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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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로만 아브라모비치'라는 인물이 축구계에 등장해 첼시를 인수했을때 그는 '부의 상징'이었다. 평범한 팀이었던 첼시를 '신흥 강호'로 만들었으며, '갑부 구단'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널리 퍼트린 계기가 된것이 바로 로만의 등장이었다. 이전에도 돈이 많은 부자 구단들은 있었지만, 중위권이었던 평범한 팀을 사들여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리그뿐 아니라 유럽의 상위권 팀으로 메이크오버 시킨다는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개념을 현실에서 실현시킨 거의 최초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의 로만은 원하는 선수는 누구든 살수 있는 재력을 갖고 있었고, 그때는 FFP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그들은 감독이 원하는 (혹은 로만 본인이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현질'이 가능한 시절이었다. 그 당시 첼시는 그야말로 '원하면 다 살수 있는' 그런 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로만의 성공을 지켜본 세계의 많은 갑부들이 축구를 투자의 방법중 하나로 주목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 각국의 내노라하는 부자들이 속속 축구계에 등장해 돈을 풀기 시작했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시청하는 프리미어리그에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많은 갑부들이 구단들을 하나둘씩 사들이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당시의 로만은 러시아 내부의 경제불황과 개인적인 스캔들등으로 인해 예전과 같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점차 '부의 상징'의 자리에서 멀어지게 됐다. 특히 '부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라고 노골적인 투자를 천명하며 호기롭게 등장한 셰이크 만수르의 등장은 로만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보다 더욱 큰 임팩트로 사람들에게 다가왔으며,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구단의 메이크오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축구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신개념으로 차원이 다른 투자를 감행하고 있어, 이제 사실상 프리미어리그의 '부의 상징'이라는 타이틀은 첼시에서 맨시티로 넘어갔다고봐도 좋은 상황이다.


얘기를 하다보니 길어졌는데, 요지는 이제 더이상 첼시는 원하는 선수라고 다 살수 없는 그런 위치에 서게 됐다는것이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첼시는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비교적 성공적인 이적시장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들이 원했던 최우선 타겟들을 다른팀에게 내주는 다소 굴욕적인 상황들을 여러번 겪었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그들이 놓친 선수들과 그 이유들을 정리해보았다.



로멜루 루카쿠

지난 시즌 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던 디에고 코스타를 내치기로 결정한 첼시는 그를 대체할 공격수 영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번 이적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월클급 공격수는 에버튼의 로멜루 루카쿠와 레알 마드리드의 알바로 모라타, 그리고 토리노의 안드레아 벨로티 이 세명이었는데, 첼시는 자신들과 함께한 경험이 있었던 루카쿠를 최우선 타겟으로 삼았다. 루카쿠 본인도 '첼시에서 끝내지 못한 비즈니스 (Unfinished Business)가 있다'며 첼시로의 이적을 암시했고, 이적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어가는듯 했다. 하지만 에버튼이 책정한 7500만 파운드의 이적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 첼시는 이를 낮추기 위해 시간을 끌었고, 첼시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부상으로 새로운 공격수의 영입이 급하게 필요했던 맨유가 그의 하이재킹을 시도했다. 그와 절친한 사이라는 폴 포그바의 영향도 있었고, 맨유의 많은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는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의 영향도 있었지만, 맨유와 첼시의 루카쿠 쟁탈전에 승부를 가른것은 결국 이적료였다. 에버튼은 어차피 이번 이적시장에서 그를 잃을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기왕이면 더 많은 돈을 준다는 팀에 그를 보내 이득을 챙기는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시간을 끌었고 결국 그가 맨유의 빨간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루카쿠를 놓친 후 그들은 재빠르게 움직여 차선책으로 준비해온 레알 마드리드의 알바로 모라타를 영입했지만, 최우선 타겟을 놓친것에 대한 아쉬움은 진하게 남았다.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

첼시가 챔벌레인을 놓친것은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축구 전술적인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첼시도 리버풀이 합의한 이적료와 같은 액수인 3500만 파운드에 아스날과 합의했지만, 첼시는 그를 빅토르 모제스를 대체할 윙백으로 활용할 생각이었고, 반면 리버풀은 그를 미드필더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챔벌레인은 아스날에서 윙백 포지션으로 전환했을 당시, 활약은 좋았으나 개인적으로는 자신과 맞지 않는 포지션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바 있다. 어떻게 보면 그가 아스날을 떠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이 포지션 전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첼시가 굳이 그의 영입을 추진한 이유는 알수 없다. 결국 그는 원하는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리버풀을 선택했으며, 첼시는 빅토르 모제스의 대체자로 급하게 토리노의 윙백인 다비데 자파코스타를 영입했다. 



페르난도 요렌테

안토니오 콩테 감독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진행해야하는 이번 시즌을 대비해 스쿼드의 뎁스를 늘려야한다는 생각으로 모라타의 백업역할을 맡아줄 선수의 영입을 요구했고, 스완지의 공격수인 페르난도 요렌테의 영입을 추진했다. 그의 몸값은 1400만 파운드에 불과했고, 지난 시즌 스완지에서 뛰며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어느정도 적응까지 마친 요렌테는 분명 콩테 감독의 의도와 잘 맞아떨어지는 선수였지만, 첼시의 보드진은 그의 영입에 나서는것을 거부했다. 그의 영입에 대해 내부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사이, 해리 케인의 백업 공격수를 찾고 있는 토트넘이 그의 영입에 나섰고 이적시장 마감일에 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보드진은 마지막날에 대니 드링크워터와 자파코스타를 영입해주는데 6000만 파운드를 썼다고 생색을 내겠지만, 결국 콩테 감독은 빡빡한 스케줄을 알바로 모라타와 미키 바추아이, 로익 레미, 이 세명의 공격수로 버텨내야하는 처지가 됐다. 요렌테를 스완지에 빼앗긴 이 사건으로 미루어볼때, 콩테 감독은 훈련장에서 팀을 총괄하지만, 이적정책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것으로 보여진다.


로스 바클리

지금도 로스 바클리가 도대체 왜 메디컬 테스트 도중에 결정을 번복한것인지는 알수가 없다. 바클리를 놓친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전술적인 이유도 아닌 전적으로 선수 본인의 결정이었다. 만약에 그가 그대로 첼시행을 결정했다면 첼시는 막판에 그렇게 급하게 대니 드링크워터를 영입하지 않았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확실한건 아니다. 바클리의 결정이 드링크워터의 영입으로 인한 입지불안 때문이었는지도 확실치 않다는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간에 그렇게 메디컬 테스트까지 진행중이던 선수가 돌연 마음을 바꿔 소속팀으로 되돌아갔다는 사실은,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원하는 선수는 모두 영입할수 있었던 첼시에게는 굴욕적인 사건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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