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on Villa 2 - 3 Manchester United
마치 지난 챔피언스리그 브라가전을 리플레이하는듯한 경기였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역전승. 주인공만 반 페르시에서 치차리토로 바뀌었을뿐 모든것이 그때와 너무 흡사했습니다. 누가봐도 패배가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치차리토가 터뜨린 단 한골로 모든것이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맨유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래도록 '강호'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자, 그들이 가진 '저력'이라고 볼수 있겠죠.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실질적으로 경기내내 분위기를 주도했던 맨유. 하지만 아스톤빌라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번번히 득점 기회가 무산되었고, 전반종료직전에는 전반전내내 경기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좋은 움직임을 보인 안드레아스 바이만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아스톤빌라 출신으로 전반전내내 공을 잡을때마다 빌라팬들의 야유소리를 들어야했던 애쉴리 영은, 팬들의 야유탓인지 약간 위축된 플레이를 펼쳤고 결국 후반전들어 치차리토와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후반전 들어서서도 전반전과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경기는 맨유가 지배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상하게 득점 기회는 계속해서 아스톤빌라가 가져가는 상황. 오히려 후반 시작 5분만에 아스톤빌라에게 추가골까지 얻어맞으며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이대로 주저앉아버리는가 싶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맨유에게는 위기순간에 발휘되는 초인적인 Winning Spirit이 있었습니다. 추가골을 얻어맞은지 10분도 안되서, 노장 미드필더 스콜스가 날려준 감각적인 롱 패스를 제 2의 '동안의 암살자' 치차리토가 절묘한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갈라 분위기를 급반전 시키는데 성공한것이죠. 지난 브라가전에서도 경기내내 답답한 모습만을 보여주다가 경기 종료 10분여를 남겨놓고 터진 반 페르시의 골로 인해 분위기가 180도 바뀐것을 볼수 있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콜스는 이 골이 터지기 전까지 약간은 힘에 부치는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제 한계가 왔는가 싶었는데, 이렇게 꽉 막혀있던 경기의 활로를 뚫어주는 시원한 롱패스가 나오는걸 보면 역시 노장은 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이바로 퍼거슨 감독이 겉으로는 계속 세대교체를 외치면서도 끝까지 스콜스와 긱스같은 노장 선수들을 놓지 못하는 이유겠죠.
그렇게 분위기를 가져온 이후 계속해서 세차게 빌라를 몰아치던 맨유는 결국 5분만에 빌라파크에 냉기를 불어넣는 동점골을 터뜨리며 빌라의 분위기를 완전히 제압했습니다. 오늘 계속된 오버래핑 플레이로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던 하파엘이 발렌시아와의 절묘한 커버플레이를 펼치며 상대 진영 깊숙한곳까지 침투해 날린 크로스를 파포스트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치차리토가 그대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고 볼은 상대수비수인 블라르를 맞고 굴절되어 골문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치차리토의 골로 기록되었더라면 해트트릭이 작성되었을텐데 안타깝게도 블라르의 자책골로 기록되었더군요.. 평소 하파엘의 오버래핑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있는 사람중 한명이었는데, 오늘 발렌시아와의 커버플레이는 매우 보기 좋았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발렌시아를 가끔씩 풀백포지션에 기용하면서 수비수로도 활용하는 이유가 수비수 백업으로 쓰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런 기존 풀백들과 펼치는 커버플레이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 시키기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집 나간 풀백'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 하파엘이지만 수비력이 좋은 발렌시아가 그의 뒤를 든든하게 맡아준다면 안심하고 집을 나갈수 있고, 이는 상대수비수를 교란시키는 아주 위협적인 플레이가 될테니까요. 오늘 그 위력을 확실하게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동점을 만든 맨유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승점 3점을 위해 계속해서 빌라의 골문을 두드렸습니다. 연이은 실점으로 인해 두터웠던 빌라의 수비진이 눈에 띄게 헐거워진 느낌이었고, 전방의 반페르시와 루니가 계속해서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며 상대 수비수들을 곤란에 빠트렸습니다. 반페르시가 날린 회심의 슈팅 두방이 모두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져 나오면서 승점 1점으로 만족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후반 42분. 역시 반페르시의 해결사 기질이 또한번 발휘되었습니다. 오늘 대부분의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했던 반페르시가 페널티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절묘하게 감아찬 프리킥을 상대수비수 사이로 파고든 치차리토가 몸을 날려 해딩골로 연결하면서 맨유는 기적과도 같은 역전승 드라마를 완성해냈습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치차리토 (두번쨰골이 상대수비수 자책골이긴 하지만 전 그냥 치차리토의 해트트릭이라고 쳐줄렵니다)도 대단하지만 자로잰듯한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만들어낸 반페르시의 정확한 킥에도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결정력이면 결정력, 킥이면 킥, 뭐 하나 빠지는게 없는 전천후 공격수네요. 브라가전에서도 팀을 구해낸 영웅이었지만, 이 경기에서도 비록 골은 기록하지 못했어도 분명 팀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모든 선수들의 포지션을 송두리째 뒤바꿔가면서 무리하게 반페르시를 끼워넣은 이유가 바로 이런것 때문인것 같습니다. 어느새 루니도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완전하게 적응한것 같고, 반페르시의 파트너인 치차리토 또한 절정의 골감각으로 연일 골 퍼레이드를 펼쳐주고 있으니까요. 모든이들이 걱정과 조롱을 동시에 보내주고 있는 카가와만 왠지 계륵이 된듯한 느낌이 들지만...
어쨌든 오늘 경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늦잠을 포기하고 생방을 사수한 보람이 있네요. 시즌 초에 퍼거슨 감독이 치차리토를 이적시키려는 생각을 은근슬쩍 내비친적이 있는데, 이제는 어떤 생각일지 궁금하군요. 이래도 치차리토보다는 웰벡인건지... 그리고 애쉴리영은 언제까지 그렇게 믿고 기용을 해줄 생각인건지... 나니는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막대하는건지... 사실 육상부라고 불리울만큼 속도를 앞세운 플레이를 펼치는 아스톤빌라같은 팀을 상대할땐, 나니같이 폭발적인 스피드와 기술을 지닌 선수로 맞불을 놓았다면 전반전에 그렇게 답답한 플레이가 나오진 않았을것 같은데, 굳이 부담스럽게 친정팀을 상대해야하는 애쉴리 영을 기용해야했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군요... 어쨌든 승리를 거뒀으니 그걸로 만족은 하렵니다. 내일 첼시와 리버풀전이 어떻게 끝나려나 모르겠지만 현재는 2위 첼시와 승점 4점 차의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군요. 이 기세로 우승까지 갑시다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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