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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rip Diary/2015 Spain

[2015 스페인 여행] 04. 리스본 - 신트라 - 호카곶

by EricJ 2016.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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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bon - Sintra - Cabo da Roca

Dec 23, 2015


오늘은 리스본을 거점으로 한 근교의 신트라 타운, 그리고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세상의 끝' 호카곶을 돌아보는 날이다. 두곳으로 떠나기전 어제 시간 관계상 보지 못했었던 리스본 시내에서 가장 좋은 전망을 자랑하는 조르쥬 성을 들르기로 했다.



Castelo de Jorge


다른 성들과 마찬가지로 조르쥬 성은 도시를 지키는 요새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리스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 리스본 시내를 내려다볼수 있는 전망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어제부터 도시 전체에 자욱하게 내려앉은 안개는 걷힐 생각을 하지 않고 점점 더 짙어져가기만 하니 참 속상한일이다. 생각해보면 가는곳마다 공사중이고 날씨는 안개가 잔뜩 끼어 좋다는 전망을 볼수도 없게 만드니, 거 참 보여주기 되게도 싫은가보다. 붉은색 지붕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리스본 시내 풍경과 바다에 안개가 내려 앉으니 운치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날씨가 도와줬다면 좀 더 멋진 풍경을 감상할수 있었을것 같은데 아쉽다.



성의 내부를 돌아볼수 있지만, 크게 특별할것은 없는 곳이다. 원래부터 성 자체보다 성에서 내려다보는 리스본 시내의 모습으로 더 유명한 곳이라니, 궂은 날씨가 더더욱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날씨가 좋아질때까지 무작정 기다릴수도 없는일이니, 다음 행선지인 신트라 타운으로 가기위해 발길을 돌린다.



Sintra Town


리스본에서 약 한시간 가량 떨어진 위치에 있는 신트라 타운은 많은 예술가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곳이다. 그중에서도 알록달록한 색으로 유명한 페나성은 신트라의 상징과도 같은곳. 처음에는 수도원으로 사용하기위해 지어졌던 건물에 계속해서 개조와 증축이 이루어져 현재의 모습에 이르른 페나궁전은 주인이 여러번 바뀐 탓에 이슬람, 르네상스, 마누엘, 고딕양식이 뒤섞여 있는 매우 독특한 형태를 띄고있는 성이다. 스페인은 한때 이슬람 교도들인 무어인들의 지배를 받던 땅이었기 때문에 이슬람 양식의 형태가 남아있는 건물들이 많다. 왠만하면 자신들이 쟁취한 땅에 있었던 모든것들을 갈아엎고 자신들 고유의 양식으로 새로운 건물들을 지어 세력을 과시하고 싶어했을텐데, 그러지 않고 그대로 남긴채 보수와 증축만을 한걸 보면 당시 이슬람의 문화가 대단하긴 했었나보다. 여행하면서 돌아본 왠만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유적지들에는 아주 약간이라도 이슬람의 상징적인 건물 형태가 섞여있지 않았던곳이 없었던것 같다.



Palacio de Pena


신트라의 페나 궁전은 붉은색과 노란색, 보라색등의 원색으로 외관이 칠해진 수려한 모습으로 유명한 곳이다. 많이들 페나성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성은 보통 적의 침략을 막기위한 요새로써 지어진 건물을 의미하기 때문에, 귀족들의 별장등으로 쓰기위해 만들어진 이곳은 궁전이라고 부르는게 맞다. 이름도 궁전을 의미하는 Palacio de Pena이다. 이 지역을 지배하던 귀족들이 지내는 별장으로 쓰던 궁전답게 마을이 전부 내려다보이는 아주 기가막힌 위치에 지어져있어, 아름다운 외관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감상할수 있는 곳이다. 굽이굽이 높은 산을 올라 도착한곳이라 아늑한 숲속의 느낌, 그리고 어제부터 우리를 괴롭혀온 지독한 안개도 말끔히 걷혀 드러난 파란 하늘에 강렬한 원색의 외관이 대비되어 눈이 매우 즐겁다.



사진에서 보는것처럼 궁전의 곳곳에서는 이슬람 문화의 흔적을 느낄수 있다. 건축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라 다른 양식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곡선이 아름다운 이슬람의 양식은 확실하게 눈에 띈다. 최근에는 일부 과격단체 때문에 이슬람 문화 자체가 테러리스트인것처럼 왜곡되고 있지만, 확실히 옛날 이슬람의 문화는 전 유럽에 큰 영향력을 떨쳤던 문화였음이 새삼 느껴진다.



Cabo da Roca


신트라 타운을 벗어나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세상의 끝' 호카곶이다. 신트라로부터 약 30분정도 떨어진 호카곶은 유럽땅의 최서단으로써 옛날 사람들은 세상의 끝, 땅이 끝나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이다. 그곳엔 호카곶의 상징인 비석이 있고, 그 비석에는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곳"이라는 유명한 글귀가 적혀있다.



이것이 바로 이곳을 방문한 모든이들이 와서 사진을 찍는다는 호카곶의 상징적인 비석이다. 유럽대륙의 끝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곳의 좌표, 그리고 포르투갈의 시인 까무에스가 남긴 명언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곳"이라는 글귀가 세겨져 있다. 워낙 많은 관광객이 드나드는곳이고, 여기에 오는 사람들 모두가 이 비석에서 사진을 찍기위해 줄을 서 있는 지경이라 비어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곳인데, 다행히 틈이 났다.



깎아지른듯한 절벽 아래로 내리치고 있는 파도가 어마어마하다. 내 평생 많은 바다들을 봤지만, 그렇게 큰 파도를 본적이 없는것 같을 정도다. 높이 150미터의 아찔한 절벽 아래에서 부서지는 집채만한 파도가 만들어내는 굉음은 자연의 위대함 앞에 저절로 할말을 잃게 만드는 수준이다. 정말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끝나는 수평선의 끝만 한없이 멍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광경.


호카곶은 유럽땅의 최서단인만큼 해가지는 석양을 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기 때문에, 우리가 도착했던 시간은 해가 지려면 한참이 남은 시간이었지만, 어차피 이후의 스케쥴도 없었고, 리스본까지 한시간반정도면 갈수 있는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일찍 떠날 필요도 없어, 근처 카페에서 해가질때까지 기다려 석양까지 보고 떠나기로 했다. 와인과 함께 간단한 간식으로 배를 채우며 약 1시간반정도가 지났을까, 다섯시정도가 되자 해가 뉘엿뉘엿 내려가기 시작한다.



하루를 끝내기전 강렬하게 타오르는 붉은 태양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 그리고 알수없는 모양으로 흩어진 구름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한편의 예술작품이다. 이것을 보기위해 기다린 시간들이 절대 아깝지 않은 장면이다. 아마 세계 어디를 가도 이런 장면을 볼수는 없을것이다.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얘기했지만, 이곳은 진정 미슐랭 3스타다. (이곳을 보기위해 일부러 찾아올 가치가 있다는 뜻). 그렇게 그곳 절벽에 멍하니 앉아 하루가 저물어가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해가 완전히 사그라든 후에야 온전히 정신이 돌아온다. 이곳의 절경은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바라만보게 만드는 그런곳이다.


그렇게 해가 저물고 하나둘씩 일어나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도 현실세계로 돌아와 숙소인 리스본으로 향한다.


이제 내일은 우리에게 복잡한 감정만을 안겨준 포르투갈을 떠나 다시 스페인으로 복귀다. 스페인의 열정을 대표하는 플라멩고 댄스의 발상지, 세비야다. 세비야는 리스본에서 약 4시간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내일 하루에 다 봐야하는 세비야 시내 관광을 제시간에 맞추기 위해선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한다. 조금은 일정이 빡빡한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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