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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rip Diary/2014 Europe Trip

03. 여행 둘째날 in London - 런던에서의 네가지 시련 (4.19.2014)

by EricJ 2014.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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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London (4.19.2014)

런던에서의 둘째날 아침. 본격적인 시내관광을 위해 아침일찍부터 부지런하게 일어난 우리를 반긴건 어제보다 훨씬 찌푸려진 하늘과 이미 부슬부슬 내리고있는 비. 런던에서 단 하루라는 짧은 일정만을 계획한 우리들을 위해 제발 날씨가 개어주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시내를 향해 출발. 하지만 원래 궃은 날씨로 유명한 런던답게 어디한번 빅엿을 먹어보라는듯 스펙터클한 날씨를 선사한다. 만약 누군가 4월에 런던을 가겠다는 사람있으면 목숨을 걸고 뜯어말리고 싶을정도이다. 그렇게 스팩터클한 날씨는 단 하루만에 우리에게 4가지의 시련을 안겨주게 되는데....




런던에서의 시련 #1: Buckingham Palace

원래는 런던의 지하철인 튜브를 타고 시내로 나갈 계획이었지만 환승도중 역 근처에서 호객행위를 하고있던 직원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덥썩 티켓을 사버리지 않았다면 좀 더 많은 버스가 돌아다니는 큰 회사의 Hop on Hop off 버스를 탈수 있었을것이다. 우리가 탔던 Golden Tours는 정류장 찾기도 어렵고 버스도 더럽게 안온다!)덕에 Hop On Hop Off 버스를 타고 편안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시내로 진입할수 있었다. 그렇게 런던 시내로 들어온 우리는 11시경에 시작한다는 버킹엄궁전의 근위병 교대식 세러모니를 보기위해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거의 뛰다시피 궁전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하늘은 그때부터 조금씩 부슬비를 뿌려대기 시작하더니 궁전에 다다를 즈음에는 거의 장마비내리듯 굵은 빗방울들을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근위병 교대식 하나를 보기위해 궃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궁전앞에 장사진을 이룬 사람들]


그렇게 야속해게 내리는 비를 쫄딱맞고 거의 10분이상을 서서 근위병들이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우리는 마침내 저 멀리서 높은 모자를 쓴  한무리의 병사들이 걸어오기 시작하는것을 발견한다.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대기한채 그들이 이쪽으로 걸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근위병들은 어찌된일인지 아무런 세러모니도 없이 그냥 그렇게 궁전안으로 홀랑 들어가버리고 마는것이 아닌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분을 더 기다려봤지만 궁전안으로 들어간 근위병들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결국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경찰들로부터 비로인해 세러모니가 취소되었다는 허무한 대답을 들었을 뿐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근위병 교대식은 비가 조금만와도 취소되는일이 잦다고 한다. 언제나 이런 중요한 정보는 일이 터지고 나서야 알게된다는 안타까운 사실. 비를 쫄딱 맞고 기다린 30분이 모두 허사가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우리 말고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비를맞으며 기다렸는데 근위병이라는 작자들이 비 하나에 그렇게 몸을 사리다니! 그렇게 첫 일정부터 어그러져버린 우리의 런던여행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런던에서의 시련 #2: Harrods

그렇게 근위병들로부터 바람을 맞은 우리는 고급 차 (Tea)를 파는것으로 유명하다는 헤로즈 백화점을 찾아나섰다. 또 다시 30분가량 비를 쫄딱 맞으며 걸어갔지만 사람들이 백화점 밖에 무리무리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했는데 오늘은 헤로즈 백화점이 1년에 딱 한번 쉬는 유일한 휴일인 부활절 일요일. 운이 없어도 그렇게 없을수가 없다. (결국 나중에 게트윅 공항에있는 해로즈 분점에서 사려했던 티들을 살수있긴 했지만) 그렇게 비도 맞고 많이 걷고 했건만 계획했던걸 두개 모두 날려버렸으니 기운이 빠진다. 하지만 런던에서의 시련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런던에서의 시련 #3: High Tea

그렇게 근위병과 헤로즈에게 바람맞고 이번엔 영국의 전통문화인 High Tea라도 꼭 해야겠다는 생각에 들어간 헤로즈 근처의 레스토랑. 하지만 이미 시작되어버린 불운은 우리를 계속해서 괴롭힌다. 우리가 레스토랑에 들어간 시각은 12시, 하지만 그 레스토랑의 웨이터는 High Tea는 3시이후에만 서빙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불운이 이렇게 연속해서 일어나니 이쯤되면 런던이랑 우리랑은 궁합이 잘 맞지 않는가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런던의 하늘은 그런 우리의 마음도 모르고 계속해서 부슬비를 뿌려주었으니, 다시 돌아온 버킹엄 궁전도, 그 유명하다는 빅밴과 의사당 건물도, 웨스트민스터 사원도 아름답게 보일리가 없다. 그냥 어디 실내로 들어갈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 흠뻑 젖어 무거워진 몸을 말리고 싶을 뿐이다.




런던에서의 시련 #4: National Gallery - Van Gogh's Sunflower

그렇게 비내리는 런던을 물에 젖은 생쥐마냥 쫄딱 젖은채로 돌아다니던 우리는 다음 코스인 네셔널 갤러리로 들어서서야 겨우 몸을 말릴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무료 박물관이라 돈을 내지 않고 좋은 작품을 볼수있는 기회인데다가 무엇보다 실내라는 점에서 여기서만큼은 시련이 있을리가 없을것이라고 생각한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네셔널 갤러리 내부는 당연히 사진촬영이 금지이므로 해바라기의 사진 또한 없다]


갤러리는 무료치고 꽤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고, 사람이 많았음에도 크게 붐비는 느낌도 없었으며 깨끗하고 쾌적했다. 그렇게 몸도 말리고 좋은 작품들도 많이 감상하며 나오는길에 이 박물관에서 가장 크게 프로모션을 하고있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따로 줄을서서 표를 받아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유명한 작품이라는데 안보고 그냥 가기는 아쉬울것 같아 일단 바닥나버린체력을무릅쓰고무작정 줄부터선다. 문닫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내 뒤 얼마가지 않아 더이상 관람객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은근히 기뻐하며 역시 행운의 신이 아주 우리편이 아닌건 아니란 생각을 한다. 그렇게 근 30분여를 기다린끝에 입성한 해바라기관에는 그야말로 해바라기 그림 두점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 두 작품을 놓고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기위해 두 그림을 X-Ray로 투과시켜 찍은 사진 두장이 걸려있는게 전부였다. 내가 미술작품에 그렇게 조예가 깊은사람이 아니었어서 그런걸지는 모르지만 겨우 요거 보자고 나의 소중한 시간 30분을 허비했다고 생각하니 참 억울하다는 생각까지든다.


지금와서 찾아보고 알게된 사실이지만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총 다섯개의 버전이 런던과 암스테르담, 도쿄, 뮌헨 그리고 필라델피아에 흩어져 있는데, 이렇게 두개의 작품을 동시에 함께 놓고 비교해서 관람할수있는 기회는 흔치않은일이라고 한다. 이 네셔널 갤러리에서도 65년만에 처음있는일이라고하니 지금에 와서는 30분의 기다림 정도는 감수할만하다는 생각이든다. 이 사실을 가기전에 알았더라면 그 당시에 덜 억울했을텐데...




그나마 다행이었던것은 그렇게 해바라기를 보고나니 우리를 징글징글하게 괴롭혔던 비가 드디어 그치고 아주 손바닥만큼이었긴 했지만 푸른 하늘이 슬며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는것이었다. 그렇게 뽀송한 기분으로 다시 Hop on Hop off 버스에 오른 우리는 (이 버스 정류장 찾는것도 일이다. 30분 정류장 찾아 해매고, 버스가 오기까지 또 30분을 기다려 도합 1시간을 아주 손쉽게 날려버렸다) 체력보충도 할겸 버스를타고 그대로 런던 한바퀴를 크게 돌기로 했다. 런던의 명물이라는 빨간색 2층버스를 타고 타워브릿지도 건너고, 다리위에서 런던의 상징인 빅밴과 의사당건물도 보고나니 그제서야 런던이라는 도시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런던의 명소들을 모두 지나 도착한곳은 밀레니엄을 기념해 세웠다는 런던의 눈, 런던아이였다.




London Eye

런던의 한복판. 탬즈강을 바로 앞에두고 세워진 런던아이는 보기만해도 아찔한 135미터 높이의 관람차를 타고 30분간 천천히 한바퀴를 돌며 런던시내 전체를 감상할수있는 세계 최고규모의 전망대이다. 가장 높이 올라가면 최대 40킬로미터에 달하는 조망권이 보장된다고하니 이만한 전망대도 없다는 생각이다. 생각보다 아주 빠르지도 아주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런던아이는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0미터의 높이를 훌쩍 넘은 높이라 그런지 높은곳이라면 질색을 하는 하늬도 그렇게 무섭지 않다고 느낄정도로 편안한 라이드였으며, 아래에서 올려다본 런던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의 런던을 보여주는곳이었다. 런던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파노라마뷰를 선사한 런던아이에서의 30분은 오전에 겪었던 고난의 시간으로 인해 생긴 런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씻어낼수있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런던아이에서 내려와 탬즈강을 따라 걸으며 뉘엿뉘엿 지는 해가 만들어내는 멋진 노을도 감상하고 밤이되어 불이켜진 빅밴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어느 도시나 그렇지만 어둠이 깔리고 건물들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 낮에 보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오래된 도시의 야경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세월의 풍파를 견뎌내고 이제는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건물들 주변을 밝혀주고있는 환한 조명이 주변에 내려앉은 어둠에 대비되어 잡티는 감춰주고 아름다움은 부각시키는 이른바 뽀샤시 효과를 주기 때문일것이다. 




낮보다 한층 아름다워진 빅밴씨를 배경으로 준비해간 삼각대를 놓고 둘이 함께나온 사진을 찍고싶었지만, 런던아이의 주변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삼각대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는것은 금지되어있다는 직원의 경고로 인해 그냥 서로의 사진만을 카메라에 담을수밖에 없었다. 영국인들은 가끔 이런식으로 정말 성가시게 굴때가있다. 완전히 깜깜한 밤이되자 우리는 탬즈강위를 떠다니는 낭만적인 유람선 투어를 위해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Hop on Hop off 투어에 이 탬즈강 유람선 투어가격까지 포함되어있어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수 있었던 투어. 강에서 바라본 런던의 모습은 땅위에서 보는 모습과는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유람선 투어를 마치고 내리니 이제는 완전한 밤.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아까 버스투어로 건너보았던 타워브릿지에 다시들러 런던의 야경을 마지막으로 감상한다. 하루종일 날씨에 시달린탓에 심사가 뒤틀린탓이었는지는 몰라도 런던의 야경은 다른 도시에 비해 그렇게 낭만을 자아낼정도의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도 이제 떠나면 언제다시 돌아오게 될지 모를곳이기 때문에 최대한 눈과 카메라안에 많은 풍경과 기억들을 담아가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숙소로 돌아와 런던에서의 마지막밤이라는 아쉬움을 달래기위해 호텔로비에 위치한 펍에서 맥주한잔씩을 걸치기로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시기 시작한 맥주. 하지만 맥주를 마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일 스위스 제네바로 가는 비행기가 아주 아침 일찍이다. 여섯시반에 떠나는 비행기를 잡기위해서는 적어도 두시간전인 새벽 네시반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얘기. 호텔에서 게트윅 공항까지는 약 한시간이 소요될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적어도 세시반에는 호텔에서 공항으로 출발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어나서 준비하는 시간 30분을 빼면 우리가 일어나야하는 시간은 새벽 세시. 맥주를 마시던 시각은 열두시가 조금 넘은 시간. 부랴부랴 택시를 예약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이미 한시가 넘었다. 두시간이라도 잠을 자보려 노력하지만 혹시라도 너무 깊이 잠들어 못일어날것같은 두려움에 잠조차 잘 오지않는다. 결국 런던에서의 마지막밤을 그렇게 하얗게 세버리고 만다. 정말 끝까지 지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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