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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rip Diary/2014 Europe Trip

08. 여행 일곱째날 in Luxemburg - 상처투성이 룩셈부르크

by EricJ 2014.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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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곱째날 to 룩셈부르크 (4.25.2014)

이제 우리는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에서 도시국가 룩셈부르크로 간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짐들을 모두 기차역에다 맡겨놓고, 어제 알자스 투어를 하느라 보지못한 스트라스부르 시내구경을 하기로 한다. 스트라스부르 시내속의 작은 프랑스인 Petit France. 그리고 작은 도시에 걸맞지 않은 웅장한 크기위 노트르담 성당. 아침 일찍이어서 대부분의 가게들과 식당들이 모두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어 주변 건물을 둘러보는것으로 만족해야했지만, 룩셈부르크행 열차를 제시간에 잡아타야했기 때문에 (안그러면 우리의 모든 여행일정이 아주 지저분하게 어그러지게 된다) 재빨리 구경을 마치고 아침겸 점심으로 우연하게 발견한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Pho를 섭취한후 기차역으로 향한다. 도중에 뜻하지 않게 길을 헤메버리는 바람에 대략 수백미터 정도에 이르는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려 짐을 찾고 정말 겨우겨우 기차를 잡아 탔다는 사실은 이번 여행에서 잊지못할 추억중 하나로 남게될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룩셈부르크.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그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곳이지만, 알자스 투어에서 만났던 가이드 아저씨는 룩셈부르크를 가리켜 매우 슬픈 도시라 표현했다.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그 당시엔 알수 없었지만, 룩셈부르크라는 도시전체에 베어있는 고난의 역사에 대해 듣고 나면 왜 이곳이 그렇게 슬플수밖에 없는지 알수 있게 된다.



[룩셈부르크를 위해 싸운 전쟁유공자들을 기리기위해 세운 동상 Golden Lady]


Luxemburg... The Sad Country

룩셈부르크의 첫인상은 작고 조용한 도시. 도시 전체에 꽤 많은 관광객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었지만 크게 붐비는 느낌은 없었다. 전날 알아놓은 경로를 따라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는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풀고 시내관광을 위해 곧바로 길을 나섰다.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시내안에 빼곡하게 들어차있는 각종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들, 그리고 시 전체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돌벽들을 구경하며, 옛날 유사시에 대피처 및 비밀 탈출경로로 이용했다는 케이스메이트(Casemate)를 둘러보았다. 지하벙커 및 요새의 역할을 했다는 케이스메이트의 내부는 밀실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을정도로 비좁고 미로처럼 얽혀있는 개미굴 같은 형태로 되어있었다. 복잡한 통로를 왔다갔다, 여기저기 있는 나선형 계단을 수도없이 오르락 내리락 한 끝에 겨우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를 찾은 우리는 마치 미로 끝 탈출구를 발견한 사람들처럼 헐레벌떡 뛰쳐나가버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한 통로를 뚫어놓고 살아야만 했는지, 왜 이런 조그만 동네에 큰 요새가 필요했는지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한 룩셈부르크 워킹투어에서 룩셈부르크의 역사에 대해 듣고 나서야 이해할수가 있었다. 



Luxemburg Night City Tour

우리는 룩셈부르크 시내에 대한 설명을 듣기위해 밤 9시에 출발하는 워킹투어에 참여하기로 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밤 9시에 출발해 약 2시간동안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도시를 걸어다니는 투어였는데, 가격(1인당 9유로)에 비해 매우 재미있는 정보들을 얻을수 있는 투어여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일반 관광처럼 버스를 타고다니며 정해진 장소에 들러 사진만 찍고 돌아다니는 수박 겉핥기식의 투어가 아니라 직접 걸어다니며 그 장소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에 대해 들을수 있는 기회였으니 말이다. 밤 9시에 시작하는 나이트 투어라 룩셈부르크의 아름다운 야경도 함께 감상할수 있다는 장점도있다.



룩셈부르크는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등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지역적인 특성탓에 잠시도 바람잘날이 없었던 나라였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등 당시 유럽을 주름잡았던 강대국들의 침략을 막아내기위해 도시전체를 거대한 요새처럼 만들어 끊임없이 쳐들어오는 적들의 공격에 대비해야만 했던것이다. 얼마나 많이 시달렸는지 우리가 낮에 룩셈부르크 시내를 돌며 본 '거대하다고 생각했던' 요새가 사실은 원래 지었던 요새의 10%정도밖에 되지 않는 규모이며, 나머지는 모두 전쟁 (세계 제 2차대전때 맞은 폭탄투하로 인해 대부분이 손실되었다고 한다)으로 인해 파괴된것이라고 하니 요새의 원래 규모가 어느정도였는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거대한 요새 그리고 건물 여기저기에 아직도 남아있는 총알구멍등 도시 전체에 얼마나 많은 크고 작은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지 헤아릴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게 룩셈부르크를 괴롭히던 지겨운 전쟁이 끝이나고 마침내 독립을 선언해 룩셈부르크라는 나라로 새롭게 태어나게되었지만 (룩셈부르크라는 나라는 수립이 된지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국가이다), 여전히 녹록치 않은 여건속에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예전에 주를 이뤘던 철강산업이 쇠퇴한후 여행, 서비스 산업등으로 주산업들을 바꿔나가려 하고 있지만 주변국들에 비해 늦은 계발탓에 그마저도 진행이 쉽지 않다고 한다. 워낙 나라가 작고 인구도 적으니 앞으로도 발전이 쉽지는 않을것이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길에 본 룩셈부르크의 밤은 낮에 본 그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기분탓이 아니라 정말 달랐다. 낮에 도시전체를 가득채웠던 관광객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어디선가에서 쏟아져나온 수많은 젊은이들이 길거리에 열린 펍들과 클럽들에서 광란의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도대체 이 많은 젊은이들은 어디서 다 나온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5성호텔의 편안함을 온몸으로 즐기며 피로를 풀었다.


(Already) Leaving Luxemburg

룩셈부르크는 역사도 복잡하지만 나라자체가 참 복잡미묘한 나라이다. 룩셈부르크는 그들만의 언어인 Luxemburgish를 갖고있지만 정작 전체 인구중 Luxemburgish를 쓰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하며 프랑스어 독일어 포르투갈어등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모두 한데 모여있는 독특한 언어체계를 갖고 있다. 언어말고도 도시 자체가 다른 유럽의 대도시들에 비해 준비가 덜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역사가 짧은 국가라서 그런것일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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