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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rip Diary/2014 Europe Trip

11. 여행 열째날 in Brussel - 브뤼셀에서의 마지막 밤

by EricJ 2014.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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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열째날 04.28.2014 in 로어몬드

이 날은 특별한 계획을 잡은게 없어 네덜란드의 로어몬드(Roermond)에 위치한 아울렛으로 쇼핑을 다녀오기로 했다. 원래는 오늘 안트워프를 다녀오기로 했던 날이지만 안트워프는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곳이기 때문에 내일모래 가는길에 들르기로 했고, 벨기에 남쪽 왈로니아 지방에있는 나무르와 디낭을 들를까 하다가 숨가쁘게 달려온 여행에 쉼표도 좀 한번 찍을겸해서 쇼핑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 여정또한 만만치 않다. 열차를 두번이나 환승하고 2시간반정도를 달려가야 하는 긴 여정. 한번에 두시간반을 달려가는거면 그나마 나을것 같았는데 거의 30분에 한번씩 갈아타야하는 꼴이니 기차안에서 릴렉스할수가 없는 느낌.


Brussel Midi -> Liege-Guillemins -> Maastricht -> Roermond


아울렛 쇼핑몰은 Roermond역에서 또 20분 가량을 걸어가야 나온다. 쉼표를 찍기는 커녕 왠지 더 바쁜 느낌이 든다. 처음엔 그저 기차를 탁고 창밖을 내다보는것만으로도 황홀했던 기차여행이었지만 여행 9일째쯤되니 조금씩 기차가 그저 편리한 이동수단에 불과하다는 느낌뿐이다.




Back to Brussel

그렇게 쇼핑을 마치고 다시 브뤼셀로 복귀한 우리는 언제 다시 올지모를 브뤼셀에서의 마지막밤을 즐기기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시내로 향한다. 어제 가보지 못했던 브뤼셀의 뒷골목을 돌아다녀보니 여기가 어제 그렇게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던 그 브뤼셀이 맞나 싶을정도로 조용하고 음산한 느낌마저 든다. 여느 유럽의 대도시 뒷골목이 그렇듯 거리는 쓰레기로 넘쳐나고 낡아빠진 건물들과 좀비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인들. 이런게 진정한 브뤼셀의 옛모습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지도도 없이 무작정 시낼를 배회하다보니 엊는 지도를 360도로 돌려가며 찾아도 그렇게 눈에 안들어오던 오줌싸게 동상이 쨘하고 나타난다. 그 앞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그 유명인을 한번 보기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만화로 유명한 벨기에답게 거리를 걷다보면 건물 벽면전체를 장식하는 저런 벽화들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 그림들도 단수히 만화가 아니라 정말 수준급이 예술작품들이다.]



우리는 브뤼셀에서의 최후의 만찬을 위한 레스토랑을 찾아 헤메다 결국 다시 어제의 홍합거리로 들어섰다. 어제 갔던곳과는 다른곳을 가보고싶은 마음에 약간 골목의 초입쪽에 있는 레스토랑을 고른것은 우리의 큰 실수였다. 너무 많은 레스토랑들이 몰려있어 음식 값도 비슷비슷하고 맛도 거기서 거기겠지라고 생각한것이 화근이었다. 어제의 그곳에 빟면 형편없는 서비스와 한입만 먹어봐도 확 차이가 나는 음식의 맛. 해산물들의 질 자체가 어제와 확실한 차이가 있는것 같았다. 혹시라도 홍합거리에 갈 생각이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는:


1. 가격은 거기서 거기지만 맛은 천차만별이다.

2. 호객행위가 심하다면 음식맛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3. 손님이 없는곳은 다 이유가 있다.

4. 어디든 맛집거리의 초입은 피하는것이 상책.



[브뤼셀 그랑 플라스 한켠에 있는 동상인 에베라르드 세르클라에스 (Everard 't Serclaes). 이 동상은 1355년 브뤼셀 해방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혀를 뽑혀 죽음을 당한 순교자 에베라르드 세르클라에스를 기리기위한 동상으로 이 동상의 팔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이 사실을 모르고 첫째날 이 동상을 봤을땐 그냥 무심코 지나쳤는데 오늘에서야 팔을 만져본다]




그렇게 레스토랑 하나에 철저하게 농락당한 우리는 그랑 플라스의 야경을 감상하며 맥주한잔을 걸치기위해 광장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좋은 사우디 아라비아 친구 모하메드. (같이 사진이라도 한장 찍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세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그는 1년에 세번 컨퍼런스를 위해 이곳 브뤼셀을 찾는다고 한다. 이런 럭셔리한 출장 같으니라고! 그 아저씨의 8살난 딸이 요즘 유튜브로 한국 K-pop음악을 듣는데에 푹 빠져있다며 그 딸 때문에 내년 여름 한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신기한일이다. 정말 K-pop이온 아시아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들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그렇게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벌써 밤 10시가 넘어간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금지되어있는 맥주를 맛나게 들이킨 모하메드는 내일 아침으로 예정되어있는 미팅을위해 숙소로 돌아갔고, 우리는 술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브뤼셀의 마지막 밤을 즐긴다. 




밤 늦은 시각이 되자 그랑플라스 광장을 아름답게 수놓는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하면서 더욱 로멘틱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눈치없는 웨이터는 문닫을 시간이라며 빨리 계산을 하고 꺼지라고 종용하기 시작한다. 그 광장에 위치한 레스토랑중 하필 가장 빨리 문을 닫는 레스토랑을 선택한건 우리의 재수인듯. 거기에 25유로 이하는 신용카드 받지않는단다. 그러고 보니 벨기에는 유난히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욱 신용카드 받는걸 싫어하는듯. 호텔앞에 있는 수퍼에서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려면 1.25유로를 추가로 내라는 날강도짓을 서슴치 않았고 (첫날에는 우리한테 말도 안하고 슬쩍 1.25유로를 얹어서 계산했더라) 다른곳에서는 버젓이 기계가 보이는데도 뻔뻔스럽게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하는곳도 있다. 신용카드만 믿고 유로를 충분히 환전해오지 않은것이 실수이겠지. 어쩄든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브뤼셀이 밤이 저물어 간다. 브뤼셀의 밤거리는 술취한 젊은이들이 여기저기를 배회하고 있어 약간 무섭다. 우리는 끝없이 주변을 의심하며 거의 뛰다시피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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