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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rip Diary/2014 Europe Trip

12. 여행 열한번째날 in Amsterdam - 환락으로 가득찬 요지경세상 암스테르담

by EricJ 2014.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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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열한번째날 04.29.2014 in 안트워프

그렇게 찜찜했던 브뤼셀에서의 마지막밤은 모두 잊고 좋은 추억만을 간직한채 브뤼셀을 떠난다. 며칠만에 금새 익숙해진 (언제나 그렇듯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떠나야할 시간이다) 대중교통을 타고 브뤼셀 미디역에 도착. 다음 목적지는 오늘을 위해 미뤄뒀던 안트워프다.



In Antwerpen

우리가 몇몇의 작은 도시를 방문할때 그랬듯이 큰 사전조사 없이 방문한 안트워프. 개인적으로는 설기현선수가 첫 해외진출을 했던곳이라 이름을 들어본적은 있는곳이지만 무엇이 있는지 어디를 둘러봐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상태로 그곳에 도착했다. 그냥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읽어본 여행 책자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짧게 돌아보기로 했다. 


안트워프의 중앙역은 우리가 가봤던 그 어떤 역들보다도 그 규모에서 압도적인 엄청난 크기의 역이었다. 역의 중앙에 서서 양옆을 보면 3층으로 이루어진 역 층층이 모두 기차가 다니는 다소 이색적인 광경을 볼수가 있다. 유럽의 각지에서 몰려드는 기차들이 한데 모이는 HUB의 역할을 하는 역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역으 나서 시내로 걸어가다보니 살짝 이른 시간이라 조금은 한산한 거리 옆으로 상점들이 즐비하다. 안트워프를 가리켜 쇼퍼홀릭들의 천국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둘러보아야할곳이 너무 많고 사고싶은것도 너무 많을테니 오히려 쇼퍼홀릭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지옥이라고 불러야 맞을려나?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다 돌아보려면 하루가 모자를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큰 블록 네다섯개정도 되는 큰 지역 전체가 수많은 상점들과 쇼핑몰들로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그렇게 주변에 눈이팔려 걷다보니 아침부터 잔뜩 찌푸려있던 하늘에서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런던에서 비오는날 여행하며 고생했던 악몽같은 추억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졌지만 오는 비를 손으로 막을수도 없으니 우리는 우산을 받쳐들고 걷기를 계속한다. 



Grote Markt

유럽 어디를 가나 도시의 가장 중심에는 광장이 있다. 안트워프의 중심에 있는 광장은 그로트 마르크트 광장 (Grote Markt). 그 중앙에 서있는 동상은 안트워프의 상징인 브라보(Brabo)동상이다. 이 브라보 동상은 안트워프라는 도시의 이름에 관한 전설이 얽혀있는 동상이라는 사실을 여행이 끝난지 이주일이 넘은 지금에서야 알았다. 이 지역에 전해져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이 지역에 살던 거인 안티곤이 이곳을 지나던 배들에게 통행세를 강제로 징수했고 그런 횡포를 견디다 못한 한 로마병사 실비우스 브라보가 그의 손을 잘라 스헬데강에 던져버린후 마을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의 영웅담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을 사람들 사이에 전해져내려왔고 그의 이야기는 그대로 '손을 (Hand) 던지다 (Werpen: to thrown)'라는 뜻의 마을이름 Antwerpen이 되었다. 마을이 중심엔 그의 영웅적인 행위를 기리기위한 동상이 세워졌고, 그 동상이 바로 그로트 마르크트 광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브라보 동상이다. 뭔가 의미가 있는 동상일줄은 알았는데 이런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지는 동상이었다니!



To Amsterdam

벨기에에서의 3일을 뒤로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기차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풀밭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젖소들과 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풍차들이 곳곳에 보이는 영락없는 네덜란드의 모습이다. 다른곳과 비슷한듯 다른 풍경을 감상하며 열심히 달리다보니 어느새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이 가까워져오기 시작한다.



Red Light District

암스테르담에서의 첫번째 일정인 홍등가(Red Lignt District)투어의 시간을 맞추기위해 우리는 역에 내리자마자 분주하게 호텔로 가는 길부터 찾아야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지도와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등을 수소문한끝에 어렵지 않게 호텔로 가는 길을 확인하고 역 밖으로 나선 순간 우리를 반기는건 시민인지 관광객인지 알수 없는 엄청난 인파. 거리를 가득매운 사람들과 그 사이를 곡예하듯이 지나다니는 수백대의 자전거부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암스테르담에는 인구수보다 많은 자전거가 존재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그 실체를 확인하고나니 더욱 놀라운 광경이었다. 도시 여기저기에 비치되어있는 자전거를 매우 싼값에 이용할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 갖춰져있지만 여행객이 암스테르담 시내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얘기는 사실이었다. 내가 만약 그 난리통속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면 나올수 있는 결과는 딱 두가지이다. 내가 다치거나, 남을 다치게 하거나.




어쨌든 그렇게 트램과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호텔은 시내와는 조금 많이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수많은 여행객들과 오후를 즐기기위해 쏟아져나온 시민들이 한데 뒤엉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던 시내와는 정반대로 호텔주변은 정말 쥐죽은듯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길여유도 없이 8시로 예정된 투어시간에 맞추기위해 서둘러 호텔 체크인부터하고 짐들을 죄다 방안에 일단 몰아넣어놓고 다시 그 북적거리는 시내쪽을 향해 달렸다. 우리가 도착했던 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빅토리아 호텔앞에서 투어가이드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난 후, 곧바로 그 유명한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투어가 시작된다.



[홍등가 주변에 위치한 한 콘돔샵. 기상천외한 디자인의 콘돔들이 즐비하다]


홍등가 투어였지만 가는 도중에 있는 주요한 건물이나 관광포인트들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줘 간단한 시티투어도 겸할수 있는 기회였다. 암스테르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역시 대마초와 매춘이 합법화된 도시라는점. 영화나 TV에서 보고 듣기만 했던 이야기들을 암스테르담에 직접 와서 두눈으로 확인한 결과 내가 보고 들었던 그 모두가 사실이었다. 도시의 골목골목마다 자리를 잡고 있는 매춘부들. 그리고 유리문을 넘어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두가지 시선. 먹잇감을 찾는 늑대들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자들. 그리고 동물원의 원숭이들을 바라보듯 신기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보기 어려운 합법적인 매춘거리라는점이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고 홍등가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투어가이드들도 늘어나 수백명의 관광객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영업중인 직업여성들을 안보는척 들여다보며 다니는 모습들을 아주 쉽게 찾아볼수 있었지만 (우리도 그 무리중 하나였겠지만) 그 모습이 참 좋게 보이지만도 않는다. 물론 암스테르담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이고 암스테르담에 가면 반드시 둘러봐야할 관광코스중 하나로 꼽히고 있긴 하지만, 매춘부들의 입장에선 철창속의 원숭이들보듯 바라보는 관광객들의 시선이 편하지만은 않을터. 그렇기에 종종 투어가이드들과 매춘부들 사이에 시비가 붙는일들도 자주 있다고 한다. 우리가 투어를 하는 도중에도 우리 그룹을 향해 누군가 물풍선 (나중에 확인해보는 그것은 물을 채운 콘돔이었다)을 투하하는 일이 발생해 황급히 그 자리를 떠야했던 일이 있었을정도로 투어가이드들과 매춘부들 사이의 갈등은 현실로 존재하고 있었다.




[홍등가가 위치한 거리의 모습. 매춘부들이 서있는 Window는 당연히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지만 나머지 거리는 촬영이 가능하다.]


그렇게 우리 투어가이드를 따라 골목골목을 누비며 매춘부들이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남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수많은 'Window'들, 라이브섹스가 벌어지고 있다며 열띤 홍보를 벌이고 있는 극장들 (생각해보니 한번 들어가볼껄 하는 후회가 든다) 각종 성인용품들과 포르노들을 팔고 있는 XXX 상점들. 술에취해 대마에 취해 기분이 좋아진 사람들로 가득찬 커피숍(물론 그냥 단순한 의미의 커피숍이 아니다)들을 지나다보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도시가 실제로 존재할수가 있는가 싶다. 어느곳에서는 강력한 법으로 단속하고 있는것들이 모두 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요지경같은 도시.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아슬아슬하게 굴러가고 있는듯보이는 이곳이 바로 암스테르담이다. 분명 이곳에도 규제라는것이 존재할것이고 넘지 말아야할 선은 분명히 있을것이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암스테르담의 밤풍경은 규제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무법도시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놀라움으로 가득찼던 홍등가 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전세계 어딜가도 찾아볼수있는 차이나타운의 타이음식점 Bird에서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암스테르담은 유난히 비자카드를 받지 않는곳이 많다. 현금만 받거나 혹은 신용카드를 받더라도 마스터카드만 받는곳이 많은게 이상하다. 다행히 어렵게 찾아들어간 Bird는 맛도 좋았고 양도 많았고 비자도 받는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여전히 요지경처럼 뱅글뱅글 돌고 있는 암스테르담 시내를 빠져나와 산중절간같은 호텔로 향한다. 그렇게 조용한 호텔로 돌아오고나니 한바탕 요란스러운 꿈을 꾸고 깨어난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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