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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rip Diary/2014 Europe Trip

14. 여행 열세번째날 in Manchester - 꿈의 구장 올드 트래포드

by EricJ 2014.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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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열세번째날 05.01.2014 in 맨체스터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암스테르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비행기로 영국의 맨체스터로 향한다. 개인적으로 큰 팬이라 자부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그라운드라 더욱 기대를 할수밖에 없었던 맨체스터 여행이다. 관광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정말 축구말고는 볼것이라곤 찾아볼수가 없는 곳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어서 걱정이 좀 되긴 했지만 구장을 직접 둘러보고 경기를 직접 관전할수 있는 기회를 얻은것에 감사하며 맨체스터 공항에 도착했다.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트래포드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숙소로 가는길은 그야말로 황량함 그리고 삭막함 그 자체이다. 오래전부터 공업지역이었기 때문에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창고같은 건물들만 즐비할뿐 다른 도시들처럼 으리으리한 성당도 화려한 궁전도 이곳 맨체스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내가 맨체스터에 와있음을 알게 해줄뿐. 이곳에 그렇게 열정적인 팬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한적하고 고즈녁한 분위기마저 느껴지는 조용한 동네였다. 정말 이곳이 내가 TV에서만 보고 동경하던 올드 트래포드 근처가 맞는가하는 의구심이 들 무렵 저 멀리서 붉은색으로 Manchester United라고 쓰여진 웅장한 스타디움의 꼭대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곳이 맞다. 경기장에서 걸어서 10분거리에 있는 호텔이라 경기가 있는 주말에는 세계 각지에서 경기를 보기위해 몰려든 손님때문에 방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이곳은 4성급 호텔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을만큼 허름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장식이 나무로 되어있는 오래된 이 건물은 클래식한 느낌일라기보다는 그냥 '오래된'건물이라는 느낌이 더 크다. 인테리어뿐만이 아니라 화장실에서 다른 부대시설들도 꽤나 오래되보이는 물건들을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 그런것들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이 오래된걸 아직도 쓰고 있다니'라는 놀라움과 재미가 앞선다. 맨유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애정때문에 눈에 콩깍지가 씌인것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향한곳은 당연히 올드 트래포드. 프론트에 물어보니 걸어서 10분이면 갈수 있고 워낙에 눈에 띄는 건물이라 못찾기가 더 힘들것이라고 한다. 호텔을 나선뒤 몇분 지나지 않아 벌써 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 못찾기가 더 힘든곳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Sir Alex Furguson Way를 지나 Sir Matt Busby Way를 지나니 사진으로만 보던 올드 트래포드의 웅장한 자태가 내 눈앞에 펼쳐진다.



Old Trafford

구장 정문앞의 Holy Trinity동상.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Sir Matt Busby의 동상. 그리고 전면이 유리로 구성되어있는 경기장의 전면. 모든것이 내가 사진으로만 보던 바로 그 경기장의 모습 그대로이다. 경기장에 들어가지도 않고 이제 막 도착했을뿐인데 벌써 감동이 밀려오는듯한 느낌이다. 경기장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들과 우승을 차지하던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을 바라보며 내가 진짜로 이곳, 올드 트래포드에 와있다는걸 실감한다. 맨유팬들의 경기장 방문 필수 코스인 Holy Trinity (맨유의 레전드 선수들인 조지 베스트, 데니스 로, 보비 찰튼의 동상) 앞에서 나도 인증샷을 남기고 경기장 내부로 들어간다. 



경기장내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건 맨유의 오피셜 유니폼과 각종 기념품들을 팔고 있는 메가스토어이다. 팬이라면 정말 눈이 돌아갈수밖에 없는 곳이다. 큰 맘을 먹고 선수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진 고가의 유니폼을 구입하기로 했다. 누구의 유니폼을 살지에 대해 속으로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던것 같다. 노장 긱스 (감독님)냐, 팀의 간판 루니냐, 골게터 반 페르시냐, 신성 야누자이냐... 고심끝에 내가 고른 유니폼은 최근 깨끗한 멘탈과 팀에대한 무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마타다. 오랫동안 맨유에 머물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8번 마타로 구입 확정! 그리고 내일 경기에 가져갈 머플러, 그리고 하늬가 사라고 쇼핑바구니에 밀언넣어준 머그컵, 그리고 장모님께 드릴 골프클럽 커버까지... 나름 과소비했다!  그렇게 메가스토어에서 거의 한시간가량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구장투어를 예약하기위해 투어데스크로 향했다.



[트로피룸에 전시되어있는 수십개의 트로피들. 그 트로피들중 가장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는 2007 한국투어 금호타이어컵.. 이건 또 언제 딴거;;]



[구단의 전설 맷 버스비 감독의 타계를 추모하는 팬들이 바친 수많은 머플러 더미]


구장투어는 원래 18파운드이지만 오피셜 맴버 할인 혜택으로 단돈 9파운드에 즐길수 있다. 구장투어는 워낙 많은 팬들이 찾는 탓인지 매 15분마다 한번씩 출발을 한다고 한다. 박물관 투어까지 함께 패키지로 끊은 우리는 투어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30분동안 맨유의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백여개는 족히 넘어보이는 크고 작은 트로피들로 가득찬 트로피룸. 팀의 레전드 선수들이 남긴 기록들과 활약상을 담은 전시관들. 뮌헨 참사를 기리기윟해 만든 추모관등을 둘러보다보니 30분이 턱없이 부족하다. 투어가 시작되기 일보직전까지 박물관을 서둘러 둘러보고 1층 미팅포인트에서 사람들과 만난 우리는 본격적인 경기장 투어를 시작한다.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의 모습. TV로 볼때보다 훨씬 웅장하고 거대한 느낌이다]


[뮌헨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멈춰진 시계]


[아직도 경기장 곳곳에 남아있는 박지성 선수의 흔적]


[맨유 선수들의 드레싱룸]


[맨유 선수들이 경기장을 입장하는 터널]


경기장 내부와 관중석을 둘러보는것으로 시작된 투어는 '설마 그곳까지 보여주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던 경기장 내부 깊숙한곳까지 모두 방문할수 있게 해주었다. 기자들이 출입하는 미디어룸에서부터, 선수들이 쉬는 공간인 Player's Lounge, VIP와 선수들의 가족들을 위한 VIP Lounge, (경기가 진행되는동안 필요하면 선수들의 아이를 돌봐줄 보모까지도 지원해준다는 놀라운 사실) 선수들이 경기전 옷을 갈아입고 화이팅을 외치는 드레싱룸, 그리고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터널을 지나 경기중 감독 및 스탭들과 후보선수들이 앉아있는 경기장 내 벤치에까지 앉아볼수 있게 허락해준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경기장 내부는 사실 그렇게 현대적인 시설은 아니다. 오래된 경기장 답게 내부의 인테리어는 클래식하다못해 앤티크한 느낌이 날 정도로 오래된 느낌이었고 경기장의 통로는 매우 좁고 천장이 낮아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에겐는 그런 올드한 분위기가 오히려 맨유라는 클럽이 지닌 전통과 역사를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 더욱 좋다. 아마 내부가 현대적인 느낌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분위기였다면 뭔가 언발란스한 느낌을 받았을것이다. 나에게 있어 이 경기장 투어는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내가 맨유의 팬이라는 점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내일 모래는 이 경기장에서 직접 선수들이 뛰는 장면을 보게될것이다.  벌써부터 두근두근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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